'뱅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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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1-28 12:55 조회3,607회 댓글0건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18/01/25[12:02]
‘뱅글이’
아빠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숙제검사를 한다. 나는 아빠가 집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릴 때부터 가슴이 뛰고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난다. 그래서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아빠는 어김없이 회사에서 퇴근한 후 집으로 곧 바로 오신다. 그런 아빠가 싫다. 왜냐면 아빠의 퇴근은 곧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숙제를 다 해놓았다 해도 결코 아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글씨가 삐뚤다고 손바닥을 맞아야하고, 문제풀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지 못한다고 손바닥을 맞아야한다. 초등 고학년이 되도록 아빠한테 칭찬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 아빠는 내가 못났고 부족하여 쓸모없는 아이라고 늘 비난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나의 못난 것이 마치 엄마 탓이라며 비난하는 것이다. 아빠는 엄마에게 집에서 아이교육을 어떻게 하기에 아이가 이 모양이냐, 아이가 엄마한테 배워서 이 모양이다, 아이하나 제대로 공부시키지 못하면서 밥이 입으로 들어 가냐 하면서 엄마에게 폭언을 하신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게 눈을 흘기면서 나 때문에 집안분위기가 이 모양이라며 내게 폭언을 늘어놓는다. 결국 내게 가장 큰 수치심과 고통을 주는 사람은 엄마인데 엄마는 아빠로부터 연결되어 내게 쏟아 붓는다.
우리 가족은 아빠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만 되면 불안해한다. 마치 아빠가 집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러한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엄마는 내게 숙제 똑바로 하라고 소리 지르며 나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아빠로 인하여 불안한데 엄마의 폭언에 미칠 것 같아 거실을 뱅글뱅글 돌아다닌다. 언제부턴가 내게 붙은 별명이 불안한 아이가 되어 ‘뱅글이’가 되었다. 나는 지금 뱅글이라는 이름이 붙은 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고통스럽고 아픈 사람은 나인데 아빠와 엄마는 자신이 가장 힘든 사람인양 나를 더욱 뱅글이로 만들고 있다.
자녀는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자원을 삼아 살아가게 된다. 반대로 부모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자녀에게 심어진다면 그 아이는 그 메시지에 맞추어 변하게 된다. 자녀의 아픔 이면에 부모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므로 그 아픈 자녀를 가장 잘 도와줄 사람 또한 부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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