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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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11-08 22:06 조회3,508회 댓글0건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18/10/29
‘바보 형아’
동생이 나에게 ‘바보 형아, 우유 냉장고에서 같다줘’라고 소리친다. 그런 동생이 미워 노려보는데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엄마가 나에게 빨리 동생에게 우유를 같다주지 않고 왜 그렇게 서 있느냐며 소리친다. 나는 얼떨결에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동생에게 건넨다. 동생은 내게서 우유를 빼앗다시피 가져간다. 나는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내 화를 표현하지 못한다. 왜냐면 내가 동생에게 화를 내면 엄마는 나에게 소리치면서 형이 되어서 동생을 잘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동생은 의기양양하게 되고 나는 동생 앞에서 잘못한 아이처럼 주눅이 든다.
오후가 되면 형이 학교에서 집으로 온다. 형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거실에 던지고는 내게 ‘야’라고 한다. ‘야’는 이름대신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형은 자신의 가방을 치워놓으라고 한다. 나는 멍하니 쳐다본다. 그러면 싱크대 앞에 있던 엄마가 내게 뭐하고 있느냐며 힘들게 공부하고 온 형의 가방을 치워주라고 한다. 나는 또 얼떨결에 형 가방을 형 방으로 치운다. 그리고 형을 쳐다본다. 형은 소파에 드러누워 휴대폰 게임을 한다. 그때 내 가슴 밑에서 끌어 오르는 분노가 꾸물거린다.
어느 날 집에 엄마가 없을 때 동생이 소파에 앉아있는 나에게 발로 배를 차면서 내가 앉은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며 비키라고 하였다. 나는 부엌에 엄마가 없다는 것을 순간 알아차리고 그동안 억압되어있던 감정이 폭발하였다. 내 배를 찬 동생의 발을 움켜쥐고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동생의 배를 주먹으로 때렸다. 동생은 소리치면서 울었고 나는 그 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싫어 동생을 마구 때렸다. 동생은 내게 맞고는 엄마를 부르면서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무서웠다. 잠시 후 엄마가 들이 닥칠 것이고 동생은 씩씩거리면서 내게 욕을 할 것이다. 그리고 형은 나를 바보 같은 놈이라며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집안에 있기가 싫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버렸다. 갈 곳이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걷고 또 걸었다. 어둑해 지면서 어느새 밤이 되었다. 무섭기도 하고 배도 고팠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할 만큼 멀리 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기보다는 집에 들어가면 엄마의 혼내는 소리와 형 그리고 동생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에 잠긴 채 도로변에 서 있다.
부모의 편애와 일방적인 무시는 자녀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억압된 감정은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출하게 된다. 또한 자녀들 사이에서 부모는 공평성을 갖고 양육을 해야 한다. 어느 한 아이만을 위해서도 안 되고 어느 한 아이만을 억압해서도 안 된다. 만약 공평하지 않을 경우 자녀는 분노와 좌절,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못났다고 한다면 과도한 분노를 터뜨리게 된다. 이는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겪게 하고 일그러진 자기 자신과 맞닥뜨리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된다. 부모의 일관성과 공평성 그리고 따뜻함은 자녀를 혼란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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