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1. 12) 퇴근 후 집에 들어갔다. 아내는 TV를 보면서 왔느냐며 말만하고는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7살 아이는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초점 없는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고는 무표정하게 자신이 갖고 놀던 장난감만 만지작거린다.
집에 들어온 지 1분도 되지 않아 집밖을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피곤하고 배고파 그냥 집에 있기로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나왔다. 아내는 주섬주섬 아침에 먹던 찌개를 꺼내온다. 그리고는 TV드라마에만 눈을 맞추고 남편과 대화하고자 하는 생각조차도 없다. 남편이 아내를 쳐다보며 오늘 별일 없었느냐고 물어본다. 아내는 대답도 없고 고개도 TV만 향하고 있다.
남편은 밥을 다 먹은 후 스포츠라도 보면서 쉬려고 TV리모컨을 들자 아내가 화를 내며 리모컨을 빼앗는다. 순간 남편은 아내의 차가운 등을 바라보며 외로움과 거부감을 느꼈고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바람과 쓸쓸함이 텅 빈 가슴을 훵하게 지나간다. 차라리 전쟁터와 같았던 회사가 덜 외로웠던 것 같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업무적이지만 사람들과 대화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집에서는 오히려 외면과 외로움이 더 크게 느끼는 곳이 된 것 같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있었던 일이나 아이에 대한 이야기라도 하면서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갈 곳을 잃고 집 없는 고아가 된 것처럼 춥고 외로운 처지가 돼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해야 한다. 동네를 돌다가 포장마차가 보여 들어갔다.
돌아보니 포장마차 안에 혼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꽤 있다. 헛웃음이 나오면서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에 위안이 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다. 한 시간가량 지나고 남편은 포장마차를 나와 집으로 향해 걸었다. 현관 앞에 들어가지 앉고 가만히 서 있는다. 집에 들어가기는 해야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 살고 있었다면 외로움만 겪으면 되는데 아내가 있는 집안에는 외로움과 거부감을 같이 경험해야 한다는 비참함이 느껴진다. 집안에 들어갈 때 차라리 아내가 잠자고 있으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아내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외치고 싶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 - H. G. Wel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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