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에서 꺼내 놓으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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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08-18 16:25 조회3,447회 댓글0건본문
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7. 18)
“벽장에서 꺼내 놓으신 책”
초등1년 어느 날 언니들과 오빠들 모두 어디론가 놀러 가고 없는 한적한 낮 시간 가만히 먼 산을 바라보며 평상에 앉아있는 나를 큰아버지께서 부르셨다. 큰아버지는 나를 방으로 들어오라 하셨고 벽을 뚫은 조그마한 문을 열고 무엇인가 꺼내시며 나를 앉으라고 하셨고 그곳에서 조그마한 무엇인가 꺼내어 찻상위에 올려놓으셨다.
큰아버지께서 찻상위에 올려놓으신 것은 한자로 된 두꺼운 책이었다. 그곳에는 사람들 이름들이 적혀있었고 숫자들이 쓰여 있었다. 큰아버지는 한 사람 한 사람 기록된 이름을 읽으시다가 뒤쪽으로 넘기시면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셨다. 그리고 내 이름을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부르시면서 한 말씀 하셨다. “00야 여자도 똑똑하면 이 족보에 이름이 올라올 수 있단다.”
나는 그때 ‘왜 이름이 그 책에 올라와야 하는지? 여자들은 똑똑해야만 그 책에 이름이 올라오는지, 여자들은 원래 이름이 그 책에 올라올 수 없는지’라는 생각보다 큰아버지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힘을 느꼈던 것 같다. 큰아버지의 그 따뜻하고 강한 눈빛과 목소리에서 아마도 나는 “00야! 넌 이 족보에 올라올 수 있는 아주 똑똑한 아이란다”라는 메시지로 내가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동안 여덟 살 때 들었던 그때 큰아버지의 말씀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러다가 며칠 전 동네에 있는 먼 산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큰아버지의 그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큰아버지께서 따뜻하게 부르시던 내 이름이 귓가에 울리면서 어릴 때 내게 보여주시던 벽장과 족보 그리고 한자로 기록된 글자들이 내 눈앞에 이미지로 펼쳐지면서 나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50년 전 그때를 기억하면서 현재의 나를 느껴본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참 존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50이 넘도록 기억조차 하지 못하였지만 그때 말씀해 주셨던 큰아버지의 그 말씀이 내게 긍정적인 메시지로 살아서 나를 지금까지 움직이게 했구나! 내가 넘어지고 쓰러질 때 마다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였고 끊임없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 현자의 삶을 쫓으려고 노력하려고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나를 인정해주고 나에게 꿈을 주시던 큰아버지의 그 말씀이 지금까지 내게 삶의 힘으로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50이 넘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그 말씀이 나를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보이지 않는 신뢰의 밧줄이 아니었을까!
믿음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믿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뇌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신체는 그 믿음이 사실인 것처럼 반응한다. -허버트 벤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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